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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그대는 내 사랑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3-10-22 02:36:23 조회수 248

아직도 그대는 내 사랑


                                    - 박 * *

어제의 고단함이 채 풀리기도 전인 여명에 어김없이 새벽장을 봐놓고 서둘러 신설동행 버스를 탄다.

남편을 만나기 전부터 지금까지 30년 남짓 변치 않는 나의 루틴이다.

물론 수술로 입원중일 때, 두 딸을 낳을 때, 치매 앓던 시부모님과 친정엄마를 차례로 배웅하고 오빠까지 떠나보낼 땐 몇 달씩 소원하기도 했지만 .....

이젠 독립하고 결혼한 딸들은 열렬한 지원군이고 타박 않는 남편은 무언의 후원자이다.

예쁘다는 소리는 간혹 들었지만 늘 공장 재봉틀 앞에서만 나의 꿈을 수놓던 20대 초반, 기죽어 이름 쓰던 내게 공장언니가 '수도학원'을 가르쳐주었다.

위치도 모르는데 늦지 않으려고 난생 처음 택시 타서 " 신설동 로타리요. " 하자마자 " 수도학원 가세요? " 라는 기사분의 대답에 놀랐던 기억이 새롭다.

잠을 쪼갠 새벽시간에 한글 읽고 쓰기부터 수학, 역사, 음악, 자연, 미술, ..... 졸음과 싸워가며 금시초문인 것들을 배우고 익혔다.

멀고 먼 월급날만을 기다리며 어둡던 내 마음에 차츰 생기가 올라 밝은 성격의 평생짝을 맞게 되었는데 주례는 당시 수도학원의 과장님께서, 담임선생님과 여학생들은 신부친구로, 남학생들은 신랑친구로 조촐하게 치렀다.

학생들이 거의 공장근로자들이라 공휴일이 따로 없고 결석 않으려고 5월 5일로 택일한 건 지금 생각해도 기특하다.

졸업 전 마지막 성탄이브 전날엔 퇴근 후 밤늦게 학원에 가서 모두 합심해 칠판에 색종이로 오려 붙인 '우리 기쁜 젊은 날' 이란 글귀와 장식들이 내 20대를 아름답게 맺었다.

그 때의 친구들이 지금도 월 1회 동창회로 인연을 이어오는 길벗이 되었다.

첫 임신땐 수업중에 구구단 읊을 때, 태동이 젤 커서 나중에 수학 잘 하겠다는 담임선생님 말씀대로 큰애는 학원수업 안 받고도 공부를 잘했다.

애 둘 낳고 육아하느라 집 근처 골목어귀에 군거질거리들을 파는 포장마차를 열고도 나의 새벽기도는 새벽운동으로 이어졌다.

처음엔 백일기도였다가 천일기도로 이어져 이젠 새벽운동 가는 기분으로 집을 나선다.

남들은 묻는다. 30년을 공부했으면 박사학워는 몇 개 땄느냐고, 수도학원에 미쳤냐고 .....

난 오늘도 내 마음의 힐링을 위해 새벽교실로 향한다. 최종학력을 위해서가 아닌 동병상련의 늦깎이학생들로 따뜻한 우리교실에는 왕언니, ~엄마들로 빼곡하다.


열심히 읽고 쓴다. 이 시간이 젤 편하고 행복하다.

수업이 끝나 밖을 나오면 아침이 밝다.

하루를 일찍 시작한 우리는 각기 알찬 시간을 위해 "낼 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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