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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식 이사장 자서전 5] 8 ‧ 15 해방이 내게 준 교훈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10-15 04:15:52 조회수 376

8 ‧ 15 해방이 내게 준 교훈

“너, 내 방에 좀 들어오너라.”

면주재소에 다녀온 아버지께서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안절 부절 못하며 큰 형님을 부르셨다.

“무슨 일이 있습니까?”

큰형님도 걱정스러운 표정을 하며 아버지를 따라

총총히 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덜컥 겁이 낫다. 여간해선 표정을 바꾸시는

일이 없었던 아버지였기 때문에 틀림없이 무슨

큰 사건이 일어났을 거라고 생각되었다.

세상이 뒤집어질 난리라도 난 것일까?

나는 잔뜩 긴장하여 큰형님이 들어간 후

닫혀진 방문에 조용히 귀를 대고 두 분의 이야기를 엿들었다.

“해방이 됐단다. 지서엔 순사들이 다 도망가

버리고 아무도 없어. 면사무소에도 난리가 났어.”

내 예감이 적중했다. 세상이달라진 것이다.

나는 직감적으로 우리를 그렇게 못살게 괴롭히던 왜놈들이

몽땅 쫓겨 갔음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1945년 8월 15일, 번암초등학교 3학년을

다니던 때의 일이었다.

매미와 쓰르라미가 야단스럽게 울어대는 사이로

‘대한독립 만세, 대한민국 만세’라는 함성이 들리는 듯 했다.

두 눈에서 까닭 모를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나는 미친 듯이 개울가로 달려가 “만세, 만세”하고

목청 높여 소리를 질러댔다.

그러나 해방이 되었다고 해서 내 생활이 바뀐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 생활의 어려움도

배고픔도 전과 똑같았으며, 다른 무엇 하나 달라진 게 없었다.

다만 달라진 게 있다면 8‧15해방을 계기로

나는 한동안 학교에 나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마을 분위기도 뒤숭숭 하거니와, 이제 해방이 되어

왜놈들이 물러갔으니 모든 것이 잘 되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감이 나로 하여금 학교를 멀리하게 했다. 또한

모든 것에 억눌리다가 일시에 분출되는 해방감 때문에

세상이 온통 무법천지가 된 것도 그 이유 가운데 하나였다.

나는 들판으로 산으로 쏘다니며 야생마 같은

해방감을 만끽하면서 몇 달을 보냈다. 그런데도 가족이나 마을 사람

누구도 내가 왜 학교에 가지 않는지를 묻는 사람이 없었다.

그 당시엔 어쩌면 그런 나태함이 오히려 일상의

모습이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나는 허탈해졌다.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하는 생각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신나게 놀면서도 마음 한가운데선 허전한 느낌이

떠나지를 않았다. 마침내 나는 학교에 가서 다시 공부를

해야겠다고 결심하였다. 나는 공부하고 배우는 일에서만

기쁨과 희망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해방과 더불어

굴레 벗은 망아지마냥 실컷 자유를 누리기도 하였지만,

진정 8‧15 해방이 내게 준 교훈은 배움에 대한

열의와 의지를 새로이 다지며, 그 길을 굳게

나아가겠노라고 마음을 다잡게 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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